농업과 기후위기, 그리고 우리의 밥상

요즘 유튜브 알고리즘이 자꾸 이상한 걸 추천한다. 어느 날은 강원도 산골에서 농사짓는 청년의 브이로그가 떴고, 또 어느 날은 도시 텃밭에서 배추 키우는 직장인의 일상이 나왔다. 처음엔 그냥 스쳐 지나갔는데 볼수록 흥미로웠다. 특히 기후위기로 인해 농업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내가 전공하는 농업 기술 실용화와도 맞닿는 이야기라서 더 관심이 갔다.

농업과 기후위기, 그리고 우리의 밥상

사실 농업은 기후변화의 직접적인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분야 중 하나다. 최근 몇 년간 폭염과 폭우가 번갈아 나타나면서 작물 생육 패턴이 완전히 바뀌고 있다. 한국농수산대학교 연구에 따르면, 2020년대 들어 봄철 이상저온과 여름철 폭염이 반복되면서 사과와 배 같은 과수의 개화 시기가 2주 이상 당겨졌다고 한다. 이는 수분(受粉) 곤충의 활동 시기와 어긋나 결실률에 직접적인 타격을 준다. 실제로 경북 지역 사과 농가에서는 2023년 냉해 피해로 작황이 평년의 60% 수준에 그쳤다는 뉴스를 본 적 있다. 그런데 더 충격적인 건 이런 현상이 일회성이 아니라 매년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봄에도 전남 지역에서 이상저온으로 인한 복숭아 냉해 피해가 속출했고, 농민들은 ‘이제는 농사가 도박이 됐다’고 하소연했다. 필자가 아는 한 농민은 “한 해 농사가 천만 원짜리 로또 같다”고 말했는데, 그 말에 공감이 갔다.

그런데 이 문제는 단순히 농민만의 문제가 아니다. 결국 소비자인 우리 밥상과 직결된다. 이상기후로 인한 작물 수확량 감소는 식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는 서민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23년 신선식품 물가상승률이 10%를 넘었을 정도다. 나도 장보면서 ‘채소 값이 왜 이렇게 비싸지?’ 하고 느꼈는데, 이게 다 기후 탓이었다. 특히 김장철 배추 가격이 한 포기에 1만 원을 넘나들었던 기억이 난다. 어머니는 “이러다간 김치도 못 담그겠다”며 걱정하셨다. 실제로 2023년 11월 배추 도매가격은 평년 대비 2배 이상 폭등했고, 정부는 비축 물량을 풀어야 했다. 이처럼 기후위기는 우리의 식탁을 넘어 가계 경제까지 위협하고 있다.

그렇다면 농업 기술 실용화는 어떤 해법을 제시할까? 대표적인 게 스마트팜이다. 온실 내 온·습도, 광량, 이산화탄소 농도를 센서로 측정해 자동 제어하는 시스템이다. 정부의 스마트팜 확산 정책에 따르면, 2027년까지 전국 스마트팜 면적을 7000ha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한다. 실제로 경남 밀양의 한 스마트팜에서는 토마토 생산량이 기존 노지 재배 대비 3배 이상 늘었다는 사례가 있다. 다만 초기 설치비가 3.3㎡당 100만 원 이상 들어 영세 농가가 접근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필자가 방문한 충남 논산의 한 딸기 스마트팜 농가는 “센서와 제어 장비를 도입하는 데 1억 원이 넘게 들었다”며 “정부 지원이 없었다면 엄두도 못 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기술의 효용성은 입증되었지만, 비용 장벽이 해결 과제로 남아 있다.

또 다른 접근법은 작물 품종 개량이다. 기후 스트레스에 강한 내서성(耐暑性)·내한성(耐寒性) 품종을 개발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농촌진흥청은 ‘한겨울에도 얼지 않는 배추’ 품종을 개발 중이라고 한다. 이런 기술이 상용화되면 이상기후에도 안정적인 생산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유전자 변형(GMO)에 대한 소비자 거부감이 여전히 큰 숙제다. 실제로 2022년 한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60% 이상이 GMO 식품에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다. 정부와 연구기관은 안전성 홍보에 나서고 있지만, 소비자의 우려를 불식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 필자는 최근 한 세미나에서 “GMO가 아니더라도 전통 교배 기술로도 상당한 개량이 가능하다”는 전문가의 의견을 들었다. 예를 들어, 고온에서도 잘 자라는 ‘열대 채소’ 품종을 국내 환경에 맞게 교배하는 방식이다. 이처럼 소비자 수용성을 고려한 전략이 필요하다.

한편, 토양 건강과 탄소 저장의 중요성도 점점 부각되고 있다. 건강한 토양은 탄소를 저장할 뿐만 아니라 작물의 기후 스트레스 저항성을 높여준다. 최근에는 ‘퇴비 활용’과 ‘피복 작물 재배’ 같은 전통적인 방법이 재조명받고 있다. 필자가 참여한 한 워크숍에서 농업 전문가는 “토양 유기물 함량을 1%만 높여도 가뭄에 대한 작물 저항성이 크게 개선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유럽에서는 탄소 농법을 도입한 농가에 탄소 배출권을 부여하는 제도를 시행 중이며, 국내에서도 시범 사업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보상 체계가 미흡해 농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기 어렵다.

개인적으로는 도시농업도 주목하고 있다. 옥상이나 베란다에서 채소를 키우는 활동이 꾸준히 늘고 있다. 서울시 통계를 보면 2023년 기준 도시농업 참여 가구가 10만 가구를 넘었다. 이건 단순한 취미를 넘어 식량 주권에 대한 인식 변화를 보여준다. 나도 지난해부터 베란다에서 상추와 깻잎을 키우고 있는데, 직접 기른 채소를 먹을 때의 뿌듯함이 크다. 다만 병충해 관리가 어려워서 실패한 적도 많다. 예를 들어, 지난여름 진딧물이 기승을 부려 상추가 거의 망가질 뻔했다. 그래서 친환경 농법을 검색해 마늘 추비를 뿌리기도 했다. 이런 경험을 통해 농업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체감했다. 도시농업은 단순한 취미를 넘어 식량 주권에 대한 인식 변화를 보여주지만, 전문적인 지식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깨닫게 해준다.

최근에는 탄소중립과 농업의 접목도 화두다. 농업도 온실가스 배출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데, 메탄과 아산화질소가 주범이다. 이에 따라 탄소 농법(carbon farming)이 주목받고 있다. 예를 들어, 논물 관리 기법을 바꿔 메탄 배출을 줄이는 방식이다. 환경부 탄소중립 정책에 따르면, 2030년까지 농업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을 30% 감축하는 게 목표다. 하지만 아직은 실험 단계고, 농민들의 실천 의지를 높이기 위한 보상 체계가 부족하다. 필자는 최근 한 농업 컨퍼런스에서 “탄소 농법을 도입한 농가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이 논의 중”이라는 발표를 들었다. 예를 들어, 논물을 중간에 빼는 ‘중간 낙수’ 기법을 적용하면 메탄 배출을 30% 이상 줄일 수 있고, 이에 따라 탄소 배출권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농민들은 “수확량이 줄어들까 봐” 우려한다. 실제로 중간 낙수를 적용하면 벼 수확량이 5~10% 감소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따라서 기술적 보완과 함께 경제적 보상이 병행되어야 한다.

또 다른 인상적인 기술은 수직농장(Vertical Farm)이다. 건물 내에서 인공광과 수경재배로 작물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싱가포르나 미국에서는 이미 상업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국내에도 스타트업들이 진출하고 있는데, 2024년 기준 국내 수직농장 시장 규모는 500억 원 수준이다. 하지만 전력 소모가 크다는 단점이 있어 재생에너지와의 연계가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서울의 한 수직농장은 옥상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전력의 30%를 자체 조달하고 있다. 필자가 직접 견학한 곳에서는 “LED 조명 비용이 전체 운영비의 40%를 차지한다”며 “전기료 부담이 가장 큰 애로사항”이라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직농장은 도시 내 신선 식품 공급과 식량 안보 측면에서 큰 잠재력을 가진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공급망 불안정성이 부각되면서 수직농장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졌다.

이 모든 기술의 핵심은 ‘실용화’다. 아무리 좋은 기술도 현장에서 적용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그래서 필요한 건 기술 보급과 교육, 그리고 정부의 지원 정책이다. 예를 들어, 스마트팜 보급을 위해 농가당 최대 1억 원까지 지원하는 사업이 있지만, 신청 절차가 복잡해 실제 혜택을 보는 농가가 적다는 지적이 있다. 필자가 만난 한 농민은 “서류 준비가 너무 까다로워 포기했다”며 “간소화된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기술 도입 후에도 유지 보수와 교육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실제로 스마트팜을 도입했지만 센서 고장이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에 대처하지 못해 다시 원시적인 방식으로 돌아간 사례도 있다. 정부는 이러한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지원 정책을 지속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결국 우리가 먹는 음식의 미래는 지금 우리가 선택하는 기술과 정책에 달려 있다. 농업 기술은 점점 더 발전하고 있지만,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장의 목소리도 귀 기울여야 한다. 나도 앞으로 이 분야를 계속 공부하면서, 블로그에 관련 정보를 꾸준히 정리해볼 생각이다. 다음에는 스마트팜을 직접 방문한 후기를 써볼까 한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